세상 바로보기2009.01.23 01:54

*
화요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영월로 출장 다녀오는 길.
늦은 오후, 신랑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별 일정 없어?"
"응~ 집에 바로 들어갈꺼야"
"사람이 죽었는데.... 일정이 없다고?"
"응???"

전혀 몰랐다.
귀를 의심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황급히 용산으로 향했다.
일행을 찾느라 앞만 바라보며 빼곡히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잘그락'
유리 조각이 밟혔다.
곳곳에 나뒹구는 유리 파편과 아직도 흥건히 젖어있는 거리.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검게 그을린 건물.
참혹한 현장이 눈 앞에 있었다.

아..
눈물이 왈칵 났다.

시선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한 쪽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대로변이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며 매번 오갔던 그 거리였다.
분명 수백번. 어쩌면 수천, 수만 번...
의미없이 눈길을 주었을 그 곳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계속되는 발언과 구호, 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치 무성영화처럼.


**
왜.. 그 곳까지 올라가게 되었을까.
왜.. 그 높고 외로운 곳에 스스로 고립을 택하였을까.
왜.. 용역깡패와 특공대들의 강경진압에 직면해서도 내려오지 못하였을까.

국밥을 만들고 통닭을 튀기던 손으로 익숙치도 않은 화염병을 만들며,
유일하게 지상과 통하는 옥상 철문이 다시는 열리지 않도록 용접을 하면서,
5층 건물 옥상 위에 더 높은 망루를 쌓으면서,
그들은 무섭지 않았을까.

천 명이 넘는 경찰과 특공대들이 건물을 에워쌀 때, 
물대포의 거센 물줄기를 몸뚱아리 하나로 받아낼 때,
좁은 옥상에서 밀리고 밀리다 건물 아래로 보이는 아찔한 풍경을 마주할 때,
솟아오르는 불길, 지상에서 만나리라 생각조차 못했을 아비규환 속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살고 싶었을 것이다.

고층 아파트나 화려한 상가에서 한 몫 잡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지금처럼만.
아니. 적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
살 길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다. 

퇴직금 받아, 전세금 빼서, 빚을 내어.. 
어렵게 마련한 생존터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었던 것은.
옥상의 망루가 아니라
살고자 하는 그들의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
연말정산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이번엔 그동안 낸 세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 가늠해보다가
세금.에 생각이 미친다.

나라에 세금을 낸다.
왜?
국민이니까.
국가가 최소한 국민을 위해
뭐라도 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이번 참사에 목숨을 잃으신 분들도
당연하게 여기며 세금을 내셨겠지.
어려운 상황이 오면
국가가 도움을 주리라 생각했겠지.

Posted by 김소